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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냉혹한 밤에 내쫓긴 듯, 해는 매일같이 짧아져 오늘에 이르렀다.가장 오래 어두운 날에 해는 밤을 몰아낼 궁리를 한다.사슴이 끄는 썰매 위로 빛을 실어 보낼 궁리를. 2025. 12. 22.
대단하신 이상들에 가축 분뇨 끼얹기, George Orwell, 『Animal Farm』, SIGNET CLASSICS 20세기 영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말했다, 서양 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주석에 지나지 않는다고. 플라톤 이래로 이상사회에 관한 주장은 그 이름을 바꿔가며 서로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란 희망으로 정치 지도자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듯이, 그러한 이상사회는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다. 1945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 동물들은 이상 사회를 이야기하는 독재자를 진심으로 믿고 따르며 그의 거짓말을 조금도 알아채지 못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당시 서유럽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서 희망처럼 번져가던 소비에트식 공산주의의 실체가 단지 새로운 계급 제도에 기반한 전체주의임을 고발하는 한편, 위선적인 정치 지도자.. 2025. 12. 2.
'언어학'이라는 관점, 페르디낭 드 소쉬르, 『일반언어학 강의』, 그린비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소쉬르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스위스의 언어학자이자, 구조주의 철학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철학 분야에서 큰 명성을 얻었지만, 사실 소쉬르는 생전에 철학 사상을 주장한 적이 없다. 그는 순수한 언어학자였으며, 그의 사상도 인간의 언어 현상에 국한된 것이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구조주의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게 되었을까? 생전 소쉬르의 대학 강의를 담은 책인 『일반언어학 강의』를 통해 그의 사상이 내포하는 철학적 잠재력을 알아보고자 한다. 그의 사상 중 핵심은, ‘언어는 기호’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언어 기호(signe)는 의미나 개념, 뜻에 해당하는 기의(signifié)와 이것을 전달하는 질료로써 청각적 심상에 해당하는 기표(signifi.. 2025. 10. 2.
오늘 광장의 하늘엔 갈매기가 날고 있을까, 최인훈, 『광장』, 문학과지성사 사람의 운명이란, 해류에 휘말린 물고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한 마리 물고기가 어떻게 헤엄쳐본들, 거대한 바닷물의 흐름을 벗어날 수는 없다. 사람도 자기에게 어떤 가능성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제 뜻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결국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살아가는 것뿐 아닐까? 이명준의 삶이 그랬다. 나이 어린 사람답게 인생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 믿고 뜻을 펼쳐보려 했지만, 시대는 그러한 자를 원하지 않았다. 남한은 철학 없는 허무한 사회, 북한은 타성적인 광신도들의 사회. 추구할 가치가 없는 곳에선 욕망이 으뜸이고, 믿어야 할 바가 정해진 곳에선 복종이 정의다. 제 뜻을 인정받지 못해 마음속으로 울분을 삭이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기댈 바가 있다면, 결국 그것은 다른.. 2025. 10. 1.
Abyss of Banality, Hannah Arendt, 『Eichmann in Jerusalem』, Penguin Classics How horrible would it be if a man were so incapable of thinking from another’s point of view that he didn’t feel any guilt while participating in the perpetration of an unprecedented genocide? How could we judge whether he was merely a hand of evil or evil itself if he carried out an unprecedented massacre under the orders of evil? What should we do to him in the name of justice? Finally, can we.. 2025. 9. 30.